Quarie 2003. 10. 12. 12:49

80년대말에서 90년초 쯤 프로그램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에는 본인 취미가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3D업종이라죠?), 그 당시에는 취미로 혼자서 아니면

동호회 할동을 하면서 Assembly, C, PASCAL등의 프로그램 언어를 익히면서 PC를 장난감 삼아

프로그램을 짜고 서로 짠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보면서 즐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있는 사진 취미처럼, 물론 저도 그 중에 한명이었죠.

그 시절 취미로 프로그램하는 사람들의 실력이 전산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실력을 능가하여 점차

제도권으로 속속 합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울대 취미 동호회에서 활동한 아래아

한글팀, 이야기를 만든 경북대 하늘소 써클팀등, 나름대로 엄청난 실력을 무기로 우리나라 전산 시장을

누비는 듯 했으나 비전공자, 비주류로 막강한 영업 능력을 가진 주류의 공략에는 무리수가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초지일관, 초심으로 밀어붙여 성공한 안철수씨를 비롯한 몇몇 프로그램머도 있습니다.

그 때 당시 우리나라에는 한글코드 표준화가 없어 각 회사, 프로그램마다 각기 다른 한글코드 체계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도깨비한글, 한매한글, 아래아 한글, 삼성, 금성, 삼보등 말그대로 한글 춘추

전국시대였었죠. 그러나 한글은 2바이트(16비트)를 첫1비트는 한글여부, 나머지 5비트씩을 초성, 중성, 종성으로 처리한

조합형과 현재 사용하고 있는 2바이트 전체를 코드를 사용하고 있는 완성형 두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전산상에서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한글코드를 통합하기 위해 위원회를 소집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를 거쳐 KS5601이라는 표준을 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각 대기업 및 외국계 메이저 회사들은

자사의 한글코드을 채택시키기 위해 별도의 노력을 했겠죠... 수 많은 비주류 프로그램머들과 힘없는 비주류

업계들은 한글 창제 원리에 맞는 조합형 한글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이없게도 완성형이 정부의 KS표준으로

선택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반유저들은 모르시겠지만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완성형 코드로 화면에 나타나고 저장됩니다.

왜 조합형인가 완성인가를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습니다만 조합형의 우수성은 현재 완성형을 쓰고있는

환경에서 조차 여러분이 키보드로 타이핑을 하는 글자 조합은 과거의 조합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글자가

다 완성되면 완성형 코드로 변환이 됩니다. 글자가 완성되기 전에 종성, 중성, 초성순으로 삭제가 가능한 것이

그 이유입니다. 완성형 한글에서는 구현이 안되는 것이죠.

그 외에도글자의 폰트 용량, 한글의 사전식 정렬,고한글(여린히읗,반치음,아래아등)표현 한계등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 정부 및 기업에서 사용하는 한글이 거의 IBM의 2바이트 EDCDIC를

사용하고 있었고현재도 여러 문제점으로 남아있습니다.

과거 외솔 최현배선생님이 받침없이 영어처럼 계속 이어서 쓸수 있는 한글 필기체를 개발하였으나 여러학자의

반대로 폐기되었던 일이 있었죠... 그것을 채택했다면 지금 쯤 자판에서 아마 손가락이 날라다녔을 것입니다.

세종대왕님께서 미래 전산 환경을 먼 옛날(15세기) 예상하고 완벽한 한글을 만들었건만...

한글날을 즈음하여 생각나서 끄적여 봤습니다.

촬영일 : 2003 한글날

촬영지 :여의도공원 세종대왕비